시사

유기농·초신선으로 승부하던 초록마을과 정육각, 결국 법원행

thecivicvoice 2025. 7. 16. 02:00

초록마을·정육각 회생 절차 돌입…‘신선 유통’ 혁신은 왜 실패했나

2025년 7월, 유통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유기농 전문 브랜드 초록마을과 초신선 축산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다. 한때 '친환경'과 '초신선'이라는 트렌드를 이끌던 두 기업의 동반 몰락은 단순한 경영 실패 그 이상이다. 유통 혁신의 민낯무리한 확장 전략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정육각의 도전과 무리한 인수

정육각은 2016년 ‘도축 후 24시간 이내 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출범한 신선식품 스타트업이었다.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앞세워 단기간에 MZ세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누적 투자 유치액만 1,2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육각은 온라인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다. 2022년, 약 900억 원에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 나섰다. 유기농 제품과 초신선 축산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매장 운영비용, 물류 시스템 중복 투자,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초록마을, 유기농 브랜드의 한계

초록마을은 1999년 설립 이후 유기농·친환경 시장을 대표하는 오프라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때 전국 47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상징하는 이름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온라인 중심 소비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초록마을은 점점 경쟁력을 잃었고, 정육각 인수 이후에도 실적 반등은 없었다. 결국 양사는 부채 초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회생 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혁신은 했지만, 수익은 못 냈다

두 기업은 분명 유통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혁신은 곧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라도, 재무구조와 수익성 없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무리한 외형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됐다. 시장 트렌드보다 앞서간 전략이 내부 조직, 재무 체력, 시장 흡수력과 맞물리지 않으면 도약보단 추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유통 시장에 남긴 과제

초록마을과 정육각의 회생 절차는 단지 두 기업의 위기만이 아니다.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오프라인 중심 유통 모델의 생존 가능성은?
  • 스타트업의 공격적인 외연 확장은 얼마나 위험한가?
  • ‘지속 가능성 있는 혁신’이란 무엇인가?

결국 중요한 건 ‘혁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와 전략이다.
이제 유통 기업들은 신선함만큼 탄탄한 내실을 갖춰야 할 때다.